악의 평범성
죽어 명예를 얻은 이의 시집이 아니라 20년을 반지하 방에 살고 있는 어느 현역 시인의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요절”하고 마는 숱한 시집들과 나란히 두고 보면, 이것도 흉측한 풍경이 아닐 수 없겠으나, 전체를 조망하는 그런 똑똑한 시선을 거두고 소박한 시선으로 다시 보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기자가 글을 잘 쓰기도 했겠으나, 어떤 근거로 그가 “세상이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는지, 과연 나 자신은 “그 평범한 악”의 주체는 아닌지, 알아보고 싶은 내심들도 클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봐서는 세상이 걸린 불치병의 내용이 거의 드러나지는 않는다. 무엇이 불치병이고, 무엇이 악일까? 기사에 적혀 있기론, 광주학살 피해자와 세월호 피해자 등에 대한 ..
2021. 2. 13.
넌 스티브 잡스를 애도하냐? 난 구럼비를 애도한다.
최근 세계[라기보다는 산업화된 세계 일부]를 뒤흔든 바 있는, 애플 사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디자인은 제품, 서비스 연속적인 외층에 표현되는 인간 창조물의 영혼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와 애플 사가 강조한 것은 인간 창조성, 혁신성, 디자인과 같은 가치다. 그러니까 그간 사람들을 열광시킨 것은 모두 문화와 창조성, 창조적 삶에 관련되는 가치인 것이다. 그래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도 하고, 창조성의 세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애재라, 21세기는 그와 동시에, 그만큼이나 기후 변화의 시대,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는 애플 사가 제조한 전자 제품들의 부품들 모두의 근원적 출처는 자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전부 자연 생명..
2011.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