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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게 준 소리 (5) 아힘사 달려온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온다. 저쪽 풀밭으로부터 이쪽 풀밭으로, 내가 걷는 쪽으로 달려오는 이것은 다름아닌 개 한 마리다. 달려오는 이 놈은 제 법 몸집이 있는 점박이인데 그 주인은 50-60대 여인네다. 달려온 점박이는 기어이는 내 품에 와 안긴다. 왜냐하면 내가 녀석을 쓰다듬어 주고 반기어 주었으니까. 세상에 나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나를 향해 네가 달려온다는 것 세상에 나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너를 내가 보자마자 어루만진다는 것. 이러한 짧은 만남을 이룩하고자 저쪽으로부터 이쪽으로 무섭게 달려오는 그 힘을 아힘사라 불러보고 싶다. 비폭력의 힘이라 불러보고 싶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따져 물을 것이다. 아힘사는 사람의 덕목이고 개한테 그런 걸 붙여주면 되나? 개는 한낱 미물이고 사람은.. 2011. 5. 28.
宙 – 우주란 무엇인가? 宙 (Zhou/주) Cosmos, Cosmos, Weltall, Cosmo, Cosmos, 우주적 시간 宀 +由. 우주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질문하는 이와 질문 듣는 이의 존재와 삶을 홀연 ‘급정거’하게 한다. 이 질문 자체가 질문하는 이와 질문 듣는 이의 정신을 우주 공간으로 데려간다. 이 질문과 더불어 그들의 정신은 나날의 복대기는 삶, 번우煩憂한 삶으로부터 홀연 비상飛上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질문은 바쁜 사람을 홀저에 ‘한가하게’ 만드는 마법적 질문이요, 오직 ‘한가한 사람’만이 ‘한가하게’ 빠져볼 수 있는 생각의 찬 못[冷澤]이다. 거꾸로 말해, ‘한가하지 않은 사람’, 물가와 환율과 주가에 민감해 있는 사람, 출세하고 영달하는 문제에 골몰해 있는 사람 – 이러한 사람의 나날 살이의 수면으로는 .. 2011. 5. 24.
公 – 무엇이 좋은 삶인가? 公 (Gong/공) Public, Public, Offentlich, Pubblico, Público, 공변되다 한 가설에 따르면, 사私란 ‘벼[禾]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를 그린 것으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벼’ 혹은 ‘개인이 벼를 취함’을 나타낸 낱말이다. 여기서 벼는 물론 개인의 (생물학적/문화적)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에 대한 상징이다. 私는 그러므로 생필품을 내 것으로 취하는 상태, 달리 말해 생필품이 내게 귀속되는 상태를 함의한다. 이렇게 보면, 사私 없는 개인의 생존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 터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예로부터 이 낱말은 퍽 부정적인 뉘앙스를 함유해왔다. 그저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떳떳하지 않게, 몰래, 제 욕심을 취하려는 개인적인 욕망, 공평하.. 2011. 5. 11.
屈 – 굴종에 대하여 屈 (Qu/굴) Bend, Courber, Biegen, Curvare, Doblar, 굴하다 돌이는 본디 고리 백정으로 고리만을 만들어 파는 일만 해보았지 짐승 잡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돌이가 소 잡는 백정 딸에게 장가를 들고 그 집 데릴사위 노릇을 하게 되어 생외 처음으로 소 잡는 일을 구경하게 된다. 그 일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날 잡기로 되어 있던 것은 커다란 암소였다. 포줏간의 피비린내를 맡은 암소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리하여 포줏간 안에 들어가지 아니하려고 고삐를 몇 번 치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나 주인이 세차게 다그치자 그 기에 눌린 나머지, 주인이 이끄는 대로 몸을 옹송그리며 포줏간 안으로 들어가고야 만다. 일변, 이제는 죽는구나, 하는 직관적인 깨앎이 소의 눈.. 2011. 4. 27.
戲 – 놀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의 존재론 4 戲 (Xi/희) Play, Jouer, Spielen, Suonare, Tocar, 놀이/놀다 일설에 의하면, 앞의 것은 창槍spear을 나타낸다. 뒤의 것은 ‘위의威儀를 지킴’을 나타낸다. 위의란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 낱말의 원형적인 뜻은 ‘무위武威를 보이는 것’, 즉 ‘무사로서의 위엄을 보이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가설이 참이라면, 이 낱말은 아마도 고대 중국의 한 풍습으로서의 행사였을 것이다. 무사들의 집단무集團舞로서, 일상이 아닌 여가 시간에 대중들에게 무사들의 훌륭함을 보이는 행사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러한 시간은 곧 유희의 시간, 놀이의 시간이었을까? 이 낱말은 오늘날 ‘놀다, 희롱하다(실없이 놀리다), 힘 겨루다, 놀이, 장난, 연기.. 2011. 4. 17.
愛-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의 존재론 3 愛 (Ai/애) Love, Aimer, Gern, Amare, Amar, 사랑하다 일설에 의하면, 이 낱말의 윗부분의 뜻은 ‘어떤 기운이 가슴에 가득 차오름’이다. 아랫부분은 ‘천천히 걸음’이다. 어떤 기운이 가슴 가득히 차올라 일상 행위를 더디게 하고 마는 사태를 이 낱말은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옳다면, 고대 중국인에게 사랑은 사람의 일상 생활을 더디게/멈추게 하는 힘이요 기운이다. 가슴 가득 번져가는 신이한 힘이요 기운이다. 다른 가설에 따르면, 愛와 애㤅는 동일한 문자인데, 㤅는 뒤를 향하여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그린 旡라는 문자에서 그 뜻을 취한다. 즉 애㤅는 ‘뒤를 돌아보는 심정’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愛는 그러한 심정에 있는 사람의 전체 형상을 나타냈다는 것이.. 2011.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