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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이명박 이명박이 (대통령) 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또 역사가 10년 전으로 거꾸로 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 보야 할 일은, 얼마나 한국의 이십대가 이명박을 지지하느냐 일 것이다. 이들은 1977년 - 1987년 태생인데, 대개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 즈음에 아이를 낳았다는 가정 하에, 거칠게 수치를 계산해보면, 이들의 부모세대는 대개는 1947년 - 1962년 태생인 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을 겪었더라도 코흘리개로 겪어서, 그 체험을 뼈저리게 하지 못한 세대일 것이고, 대개 그들의 십대에 박정희 정권을 체험한 이들인 것이다. 그리고 빠르게는 이들은 이십대에, 늦게는 삼십대에 전두환-노태우 군사 정권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우.. 2010. 1. 6.
심미안과 채식 예술에 가짜/진짜는 없다. 오직 졸품/절품이 있을 뿐이다. 이 몸이 옛날부터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졸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졸품을 생산한 이가 아니라, 졸품에 대한 세인들의 터무니없는 열광이었다. 이 열광과 졸품의 재생산, 즉 존속은 한통속이다. 열광이 없다면 졸품도 없는 것이다. 절품인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대중의, 다수의, 열광이 없어도, 이것은 살아남는다. 심미안이란 말은 위험한 말이긴 하나, 이와 비슷한 것, 그리고 우리가 양심과 자유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이러한 작품들은 살아남는다. 고기의 소비와 생산도, 그 순환체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졸품의 소비와 생산과 유사한지 모른다. 내가 졸품 소비를 그만한다고 해서, 졸품 생산-소비체제가 무너질 리는 만무할 터이다... 2010. 1. 6.
가난 왜 ‘가난’이란 말을 고집할까. 누차 이야기해온 대로, 이 말을 고집하는 한, (그 앞에 고르게, 공생공락의, 이 아니라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 말로서 뜻하려는 바가 대중화되거나 보편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 누차 이야기해온 대로, 가난을 추구하는 이는 이 세계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늘늘 풍요이지, 가난이 아니다. 이 말에 물론 이런 답이 올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지금 식으로의 풍요 추구가 파국을 불러오고 있고 필연적으로 파괴를 동반해왔다는 것이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서의 말이 가난이 될 수는 없다. 다른 식의 풍요, 새로운 식의 풍요, 이 시대에 가능한 유일한 형식으로서의 풍요라 말해야 한다. 2008. 6. 13. 2010. 1. 5.
찾아야 하는 존재의 가벼움 안과 밖처럼 무거움과 가벼움도 대립하는 것으로만 볼 수 없는 두 성질이다. 가령 차를 마실 때 우리는 가벼움을 느끼는가 아니면 무거움을 느끼는가. 그 때, 차와 우리가 합일할 때, 차와 우리 존재가 하나 될 때, 고요로이 휘돌더니 잠잠해져서는 저의 깊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거기 休居하는 액체처럼 그렇게 내 맘은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 마침내 나의 여러 층위, 나의 여러 시간이 단일화되고 마는 그 때, 마음과 머리는 가벼워지지만, 엉덩이와 말은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말과 엉덩이는 가벼워진 마음과 머리, 가벼워진 존재의 다른 이름이다. 차 한 잔의 깊이 속에서, 한쪽의 무거움이 한쪽의 가벼움을, 또 한쪽의 가벼움은 다른 한쪽의 무거움을 지탱시켜주고 존립시켜준다. 때 벗어 싱싱한 알몸 침묵의 알몸으로 살자.. 2010. 1. 5.
행복 나는 작가나 예술가의 저작권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 내가 한 말, 내가 하고자 하는 말도 저작권을 내세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 밥벌이를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과는 관계가 없다. 작가나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1) 작가나 예술가는 자신이 일개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남들(타인과 타생명체들)의 덕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작가나 예술가의 작품행위에도 “남들의 덕택”이라는 근본 문법이 스며들어가 있다는 것을 작가나 예술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발끈할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이 있다. 남들도 이를 인정하.. 2010. 1. 5.
미인 “삼십대까지는 여자와 돈의 유혹에 대한 조심을 처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던 것이 요즘에 와서는 오히려 그것들에 대한 방심이 藥이 되고 있다. 되도록 미인을 경원하지 않으려고 하고, 될 수만 있으면 돈도 벌어보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김수영이 1968년 (그의 나이 47세) 에 쓴 짤막한 산문인 [美人]의 앞머리다. 그런데 신중현이 [美人]이라는 곡을 썼을 적에도, 美人에 대한 이러한 태도 전환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전환을 자기 풍자적인 느낌을 가지고 선언한 것이 [美人]이라는 곡은 아닐까 나는 생각해본다. 이 곡의 가사는 물론 매우 단순하게도 “모두 사랑하는 美人을 나도 사랑한다, 나도 몰래 바라보게 되고, 자꾸만 보고 또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사와 겹쳐지는 멜로디 이후의 멜로디, .. 2010.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