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과 채식
예술에 가짜/진짜는 없다. 오직 졸품/절품이 있을 뿐이다. 이 몸이 옛날부터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졸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졸품을 생산한 이가 아니라, 졸품에 대한 세인들의 터무니없는 열광이었다. 이 열광과 졸품의 재생산, 즉 존속은 한통속이다. 열광이 없다면 졸품도 없는 것이다. 절품인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대중의, 다수의, 열광이 없어도, 이것은 살아남는다. 심미안이란 말은 위험한 말이긴 하나, 이와 비슷한 것, 그리고 우리가 양심과 자유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이러한 작품들은 살아남는다. 고기의 소비와 생산도, 그 순환체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졸품의 소비와 생산과 유사한지 모른다. 내가 졸품 소비를 그만한다고 해서, 졸품 생산-소비체제가 무너질 리는 만무할 터이다...
2010.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