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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내면일기, 생각일기 미셀 투르니에의 책 제목 [외면 일기]는 샤를 보들레르의 [내면 일기]에서 온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란 책 제목으로부터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라는 책 제목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청소년기는 아이와 청년의 중간기인데,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에도 별반 다를 바 없이, 청소년기 때부터 일기다운 일기를 적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시절엔 인터넷이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였겠지만, 나는 노트에다 펜으로 적었는데, 그 이후로 난 그 시절 일기를 모조로 다 태워버렸다. 이걸 태운 시점은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시점인데, 이걸 아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청소년기엔 왜 일기를 쓸 수밖에 없나. 청소년기에 들리기 시작하는 음악은 대개 록앤롤인데, 왜 그러할까. 이 .. 2010. 1. 4.
메를로 뽕띠 저, 류의근 역 [지각의 현상학] 현상학을 여러 철학 분과 중, 혹은 여러 철학적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현상학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현상학은 [지각의 현상학]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그러니까 독일에서 출발한 현상학은 메를로 뽕띠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메를로 뽕띠의 이 저작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로부터 조금 영향을 받았긴 하다. 메를로 뽕띠의 저작은 많지만, 핵심적인 저작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더불어 바로 이 작품 [지각의 현상학]이다. 그런데, 이 책이 다행히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불행인 것은, 역자가 터무니 없이도 또 한심하게도 책을 어렵게 번역해놓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너무 어려운 한국어로 적어놓았다. 이것은 그리고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 2010. 1. 4.
내버려둠 예전에 문학이란 기품이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내가 좋아라 하는 것은, 좋아라 해왔던 것은 기품이지 문학이 아니다. 대개 인간은 기품 있는 존재로서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문학에서는 그러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결정되어 드러나니, 그러한 연고로 내가 문학을 좋아라 했던 것임을, 나는 뒤늦게야 (아마도 서른 즈음에) 알게 되었다. 그 즈음부터는 문학은 하나의 결정체로서만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의 결실이 아니라 예술적 생활과 예술적 존재의 지속이라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문학은 존재를 키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경험이 존재를 키우며, 존재가 커질 때에만 문학은 결실체로 드러난다. 문학을 읽든 쓰든,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이 점을 알아야 하리. 인간의.. 2010. 1. 4.
Highway To Lhasa http://www.youtube.com/highwaytolhasa 2010. 1. 4.
조선일보와 초등지성 조선일보를 부르는 이름은 많지만, 한나라당보 (한당보) 정도가 그 중 온건하니 적합한 말이 아닐까. 한나라당보의 좌파 담론 수준은 10세 지성, 초등지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 초등지성의 시각에서 보면, 친북, 사회주의, 공산주의, 좌파, 민노당, 진보신당, 노무현 정권의 개혁적 성향의 집단 등은 거의 동일한 범주의 비슷한 말들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뭉뚱그려 좌파라 하면 그렇게 모두를 싸잡아 하나로 부르고자 하는 내심의 욕망을 딱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당보는 사태를 호도하여 좌파가 한국 사회만큼 기세등등한 곳이 없는 것처럼 그리면서 좌파의 사회정치세력화를 차단하는 데 기여한다. 문제는 이러한 초등지성이 이 문제, 이 담론에 관한 한당보 독자의 지성 수준을 초등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한다는 점이다.. 2010. 1. 4.
두 가지 樂 이즈음 내 한 가지 樂은, 집 앞 일본헌책방 후루 혼 야에서 주말마다 몇 권씩 헌책 사기. 사고는 쟁여놓기만 한다, 읽지는 않고. 그러나 이것들은 언젠가는 한달음에 죄 읽어치울 책들이다. 손바닥만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손바닥보다 큰 그림책도 산다. 나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부쩍 그림책이 좋아졌다. 왠지는 내도 모리겠다. 그저, 한숨을 너무 많이 쉬어서 그런가보다, 이런 소리를 내 귀에 멍덩하게 흘려 넣고는 꼴 먹은 소처럼 흥흥 자족할 뿐인데. 그림책을 찾는 내가 나는 밉지 않다. 기특하다. 한의사는, 그러니까,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온 의사는, 나더러 술 마시지 말라고 그런다. 술을 마시면 장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시덥잖은 소리를 킁킁 해댄다. 그런데 이 소리는 나더러 즐거움 없이 살라는 말.. 2009.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