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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이명박

by 유동나무 2010. 1. 6.


이명박이 (대통령) 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또 역사가 10년 전으로 거꾸로 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 보야 할 일은, 얼마나 한국의 이십대가 이명박을 지지하느냐 일 것이다. 이들은 1977년 - 1987년 태생인데, 대개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 즈음에 아이를 낳았다는 가정 하에, 거칠게 수치를 계산해보면, 이들의 부모세대는 대개는 1947년 - 1962년 태생인 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을 겪었더라도 코흘리개로 겪어서, 그 체험을 뼈저리게 하지 못한 세대일 것이고, 대개 그들의 십대에 박정희 정권을 체험한 이들인 것이다. 그리고 빠르게는 이들은 이십대에, 늦게는 삼십대에 전두환-노태우 군사 정권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대를, 경제성장의 광풍 속에서, 인권 탄압의 광풍 속에서, 빈곤한 출판 환경에서, 빈곤한 도서관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양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야 황우석을 지지하든, 이명박을 지지하든, 하등 놀라울 것이 없지만, 이들의 자식 세대인, 1977년 - 1987년 태생 세대의 경우, 이명박을 지지한다면, 이건 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 2007년 사이에 스무 살이 된 경험을 한 이들이라면, 십대에, 적어도 이십대 초엽에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성장한 이들이고, 저 군사정권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코흘리개시절에 경험해 그에 대한 성찰적 정치의식이 거의 있지 않은 이들이고, 따라서 우리가 그 시발적 기점을 어림잡아 저 1948년이라 잡아볼 수 있다면, 그 이후로 어떤 식으로든 진행되어 온 민주주의투쟁에 그 어떤 부채의식도 갖지 않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한국 정치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몸”으로는 알지 못하고 있는 이들, 그러면서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이들인 셈인데,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지난 대선[2002년] 때 노사모에도 참여했을 터이고, 또 이회창도 찍었을 것이고, 아니면 나처럼 어디 해외 배낭여행이나 댕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이들은 영어 세대이고, 경제적 궁핍으로부터 한국 사회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시대에, 출판환경과 도서관 환경이 점진적으로 호전되던 시기에 성장한 이들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아니라 네이버 지식인부터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신 종족도 모두 이 세대에 속한다. 그리하여 (인터넷, 영어, 상대적인 경제적 풍요, 출판 산업의 확장의 힘으로) 이들은 자기 부모세대보다 훨씬 풍요로운 교양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는 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나마 풍요로운 교육을 받았던 것일까. 모를 일이로되, 내가 만나본 이들 세대들을 떠올려본다면, 나는 이에 대해 좀 어두운 마음이 될 수밖에는 없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과연 얼마나 이명박에게 투표할 것인가.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부모세대의 이명박 지지야, 한국의 오래된 질병이지만, 이들 세대의 이명박 지지는 한국에 사는 모두가 주목해야 할 미래발전형 질병이 아닐까.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빈곤>은 세대를 타고 넘어 이어지고 있는 무서운 병인지 모른다. 배우지 못한 자는 배움이 무엇인지 체험해보지 못한 탓에,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 자식에게 알려줄 능력이 없는지 모른다. 어린이는 늘 나라의 미래지만, “참된 교육에 노출될 경우에 한해서만” 그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인지 모른다. 때로 앎은 병일 것이나, 거개는 無知가 병인지 모른다. 가장 무서운 병은 무지하면서도 무지한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인지 모른다. 이 고집은 자기 삶의 웰빙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어떤 본능적 고집인지 모른다. 그리하여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호소하는 정치인의 호소가 먹히는 때가 있는지 모른다.

 

                

200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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