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오늘은 한글날이다. 한자를 배워보고 영어를 배워볼 수록 한글에 가까워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아마도 그의 인생 기간 중 “無慾의 시대”라 부를 수 있는 유년시절에 한글과 함께 한 사람일 것이다. 글자를 쓰진 못했지만, 입말을 들을 수는 있었던, 입말도 제법 할 줄 알았던 그 시절, 그가 하룻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본 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를 그는 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라 부르는 이외에는 이들을 달리 부르는 방법을 아지 못했다. 하므로, 그 때의 감, 대추, 포도들이 주던 어렴풋한 감각, 대추나무 잎의 시원함과 포도나무 그림자의 서늘함과 감나무 나뭇가지의 의연함의 느낌도, 모두 이 낱말, 그가 어머니, 할마씨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관찰하며 따라 불렀던 감, 대추, 포도라는 낱말을 떼어..
2009. 12. 29.
春雉自鳴 봄철 꿩이 스스로 울다
춘치자명春雉自鳴. 봄철 꿩이 스스로 울다 -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출물로 한다는 뜻으로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한데, 어쩐지, 이즈음 이 몸의 상태랄까, 욕망의 상태랄까 하는 것을 짚어내는 말 같기도 하여 한번 소리 내어 읊어본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한번 울어보고 싶어 목을 뽑아보니, 봄이더라는 말이고, 다른 봄이 아니라, 정신의 봄, 관계의 봄, 철학의 봄, 문장의 봄이라는 말이다. 하여간 나는 싸릿문을 열고 성큼 나아가 목울대를 울림시롱 길게 한번 기운차게 울어봐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간 해왔는지 모르고, 그런 울음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허공을 향하여 실컷 울어보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김연수가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지나 {나는 유령작가..
2009.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