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환경운동
환경운동을 먹고 살 만한 자의 운동, 또는 한가한 자의 운동이라고 생각할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기후니, 탄소니, 산림청의 30억 그루니, 채식이니 동물권이니, 당장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사람이라면, 눈 돌리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나는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 외 자연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니, 사람 아닌 것“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여유 있는 자의 운동이 환경운동이라는 생각도 그리 기상천외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부 현실의 오해,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에게 환경운동이란, 나 스스로 인간다움을 움켜쥐어 ‘짐승’(불교의 맥락에서의 짐승이지 권리의 주체로서의 동물이 아니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
2021. 6. 3.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2018)
고래다, 로 기억하면 좋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명작 (2018)을 어제 보았다. 오늘, 집 안에 있으면 딱 좋을 크기의 연못, 동네 연못 주변을 산책하는데 어제 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쇼타의 아빠(가짜 아빠인가?)가 쇼타를 버스에 태워 보낸 후 “쇼타!”라는 소리를(이것은 언어가 아니라 소리이다) 애절히 외치며 버스를 쫓아가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이 연못에서 그 장면이 하필 떠오른 것은, 이곳이 내가 (아들) 마틴과 추억을 쌓은 곳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저 쇼타의 (가짜) 아빠랑 다른 것이 뭔가, 라고 자조 섞인 질문을 내게 던져 보는 것이다. 도둑질 말고는 아들에게 가르칠 게 없는 아빠, 아들을 학교에 못 보내는 아빠, 하지만 놀아주기는 엄청 잘..
2021. 5. 14.
지구의 날 단상
Earth Day. 1970년 태평양 동쪽 나라, 미국에 살던 이들이 만든 날이다. 한국말로 지구의 날이라 한단다. 남들이 지구의 날이라 부르니, 나도 그저 그러려니, 지구의 날이라 부른다. 지구의 날? 무슨 말일까? 지구가 주인인 날? 지구를 위한 날? 지구를 생각하는 날? 지구의 가슴에(석유를 뽑겠다고 해저에, 고속철을 깔겠다고 산에) 대못을 서슴지 않고 박아온 사람들을 눈감아주고, 그들과 같이, 그들 곁에서, 아니 그들에게 기생하며 사는 우리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생각해보면, 지구를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날, 지구를 애도하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40년 수령이 넘었다고 전부 베겠다고 덤비는 이성을 상실한 개새끼들을 이웃으로 둔 우리로서는, ‘지구’라는 단어를 들으..
2021.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