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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8

屈 – 굴종에 대하여 屈 (Qu/굴) Bend, Courber, Biegen, Curvare, Doblar, 굴하다 돌이는 본디 고리 백정으로 고리만을 만들어 파는 일만 해보았지 짐승 잡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돌이가 소 잡는 백정 딸에게 장가를 들고 그 집 데릴사위 노릇을 하게 되어 생외 처음으로 소 잡는 일을 구경하게 된다. 그 일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날 잡기로 되어 있던 것은 커다란 암소였다. 포줏간의 피비린내를 맡은 암소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리하여 포줏간 안에 들어가지 아니하려고 고삐를 몇 번 치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나 주인이 세차게 다그치자 그 기에 눌린 나머지, 주인이 이끄는 대로 몸을 옹송그리며 포줏간 안으로 들어가고야 만다. 일변, 이제는 죽는구나, 하는 직관적인 깨앎이 소의 눈.. 2011. 4. 27.
戲 – 놀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의 존재론 4 戲 (Xi/희) Play, Jouer, Spielen, Suonare, Tocar, 놀이/놀다 일설에 의하면, 앞의 것은 창槍spear을 나타낸다. 뒤의 것은 ‘위의威儀를 지킴’을 나타낸다. 위의란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 낱말의 원형적인 뜻은 ‘무위武威를 보이는 것’, 즉 ‘무사로서의 위엄을 보이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가설이 참이라면, 이 낱말은 아마도 고대 중국의 한 풍습으로서의 행사였을 것이다. 무사들의 집단무集團舞로서, 일상이 아닌 여가 시간에 대중들에게 무사들의 훌륭함을 보이는 행사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러한 시간은 곧 유희의 시간, 놀이의 시간이었을까? 이 낱말은 오늘날 ‘놀다, 희롱하다(실없이 놀리다), 힘 겨루다, 놀이, 장난, 연기.. 2011. 4. 17.
愛-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의 존재론 3 愛 (Ai/애) Love, Aimer, Gern, Amare, Amar, 사랑하다 일설에 의하면, 이 낱말의 윗부분의 뜻은 ‘어떤 기운이 가슴에 가득 차오름’이다. 아랫부분은 ‘천천히 걸음’이다. 어떤 기운이 가슴 가득히 차올라 일상 행위를 더디게 하고 마는 사태를 이 낱말은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옳다면, 고대 중국인에게 사랑은 사람의 일상 생활을 더디게/멈추게 하는 힘이요 기운이다. 가슴 가득 번져가는 신이한 힘이요 기운이다. 다른 가설에 따르면, 愛와 애㤅는 동일한 문자인데, 㤅는 뒤를 향하여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그린 旡라는 문자에서 그 뜻을 취한다. 즉 애㤅는 ‘뒤를 돌아보는 심정’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愛는 그러한 심정에 있는 사람의 전체 형상을 나타냈다는 것이.. 2011. 4. 14.
제국의 논조 - 김규항 아래는 김규항 블로그에서 퍼온 글. "지난 진보신당 당대회 소식을 전하는 한겨레 등 신문과 진중권 조국 등의 논조는 제3세계 소식을 전하는 서방언론과 지식인들의 논조와 빼닮았다. 실제 상황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자신들이 속한 세계의 이해관계와 패권주의에 기반하여 일방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뒤트는 '제국의 논조' 말이다. 독자파가 선거연합을 무작정 반대하는 근본주의자들이라는 이야기와 그들이 승리감에 도취했다는 말은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말인지. 나는 당대회 다음날 당직자 후배(어떻게든 건설적 타협점을 찾으려 동분서주한)를 부러 만나 오래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오늘 읽은 한윤형의 글이 그런 노력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을 듯." 진보신당 당대회와 그 정치평론가들.. 2011. 4. 14.
獨 – 오직 고독 속에서 獨 (Du/독) Solitary, Solitaire, Einsam, Solitario, Solitario, 홀로 犬 + 蜀. ‘외로움’을 나타내는 말인 고孤는 子와 瓜의 합성자다. 子은 아이를, 瓜는 오이를 뜻한다. 일설에 의하면, 瓜는 발음기호로 쓰인 것이고, 뜻은 子에서 취한 것이다. 그렇담, ‘부모 없는 아이, 홀로 된 아이’를 고孤라 한 것이겠다. 이러한 뜻이 와전되어 ‘외롭다, 외따로, 저버리다, 떨어지다’는 뜻을 지시하게 되었다. 홀로 사는 나이 든 이를 우리 한국어는 ‘홀앗이’라 부른다. 한자어로는 고로孤老라는 말이 이에 가깝다. 고아孤兒든, 고로孤老든, 우리의 맘에 측은히 여겨지는 이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데, 이는 본디 사람이 무리 지어 모듬살이 하도록 만들어진 동물이기 때문이리라... 2011. 4. 12.
文 – 글 또는 문학의 가치 文 (Wen/문) Text, Texte, Text, Testo, Texto, 글월 일설에 의하면, 이 낱말은 본디 가슴에 새겨진 문신 또는 무늬를 나타낸 것이다. [1] 문신과 무늬는 벌써 상징이다. 정신의 표상이다. 이것과 문자와의 거리는 그닥 멀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본디 문신/무늬를 의미하던 文은 머지 않아 문자를, 문자와 관련된 것들을 지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 낱말은 중국에서 단순히 문신/무늬/문자만을, 혹은 문서/문장/문학 등만을 의미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서, 즉 문화 또는 문명의 이념과 전통 자체를 의미하는 낱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 자체로 고귀함, 신성함 등을 함의하였던 바 [2], 文이란 그저 문자/문장[글]/문학이 아니요, 야만의 반대어 그 자체였.. 201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