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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영 산문

근대화

by 유동나무 2021. 3. 4.

 

결혼을 하든 말든, 아이를 낳든 말든, 동성애를 하든 말든, 성전환을 하든 말든, 그 사람, 그 개인의 선택에 대해, 그 사람의 그러한 삶에 대해 축하해줄 것이 아니라면 입을 다무는 것, 입 다물고 그 선택과 삶을 충분히 존중하는 것. 각자가 각자를 자기(정체성)결정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될 때 비로소 한국사회는 그토록 염원하던 근대화(modernization)를 성취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사회의 성숙에 '근대'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가 있을지는 또 모를 일이다. 지구의 약자들(자연물과 남반구의 빈국 노동자 농민들)을 부단히 착취하며 결국엔 과다 탄소 배출로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마저 뒤흔들고 만, 유럽 발 악독한 기생충 문명이 이른바 '근대' 문명의 하나의 결정적 면모이기에. 그러니까 유럽 추격형(말이 좋아 추격형이지 실제로는 유럽 모방형, 표절형) 사회에서 탈출하려면, 우리는 알파벳 언어의 번역을 넘어서서 새로운 언어를 창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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