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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낱말의 우주11

獨 – 오직 고독 속에서 獨 (Du/독) Solitary, Solitaire, Einsam, Solitario, Solitario, 홀로 犬 + 蜀. ‘외로움’을 나타내는 말인 고孤는 子와 瓜의 합성자다. 子은 아이를, 瓜는 오이를 뜻한다. 일설에 의하면, 瓜는 발음기호로 쓰인 것이고, 뜻은 子에서 취한 것이다. 그렇담, ‘부모 없는 아이, 홀로 된 아이’를 고孤라 한 것이겠다. 이러한 뜻이 와전되어 ‘외롭다, 외따로, 저버리다, 떨어지다’는 뜻을 지시하게 되었다. 홀로 사는 나이 든 이를 우리 한국어는 ‘홀앗이’라 부른다. 한자어로는 고로孤老라는 말이 이에 가깝다. 고아孤兒든, 고로孤老든, 우리의 맘에 측은히 여겨지는 이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데, 이는 본디 사람이 무리 지어 모듬살이 하도록 만들어진 동물이기 때문이리라... 2011. 4. 12.
文 – 글 또는 문학의 가치 文 (Wen/문) Text, Texte, Text, Testo, Texto, 글월 일설에 의하면, 이 낱말은 본디 가슴에 새겨진 문신 또는 무늬를 나타낸 것이다. [1] 문신과 무늬는 벌써 상징이다. 정신의 표상이다. 이것과 문자와의 거리는 그닥 멀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본디 문신/무늬를 의미하던 文은 머지 않아 문자를, 문자와 관련된 것들을 지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 낱말은 중국에서 단순히 문신/무늬/문자만을, 혹은 문서/문장/문학 등만을 의미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서, 즉 문화 또는 문명의 이념과 전통 자체를 의미하는 낱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 자체로 고귀함, 신성함 등을 함의하였던 바 [2], 文이란 그저 문자/문장[글]/문학이 아니요, 야만의 반대어 그 자체였.. 2011. 4. 9.
交 – 사귐에 대하여 交 (Jiao/교) Associate, Fréquenter, Umgang, Frequentare, Frecuentar, 사귀다 六 + [ ]. 六은 사람[大]을, [ ]은 두 사람이 서로의 종아리를 엇건 모양을 나타낸다고 해석된다. 두 사람이 만나 ‘벗트다, 사귀다, 관계 트다, 관계 맺다’는 뜻을 交로 나타낸 것이다. 달리 말하면, 두 사람이 서로 언동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또는 서로의 언동을 섞음으로써 관계를 맺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交는 ‘나와 남과의 대화적 관계 맺음’을 함의한다. 교배交拜는 두 사람의 맞절이요, 교수交手는 둘의 손 맞잡음이요, 교유交友는 벗틈 혹은 벗튼 이인 것이다. 교역交易은 물건의 매매요, 교합交合은 둘이 뜻 또는 육체를 하나로 합함이요, 교분交分은 서로 사귄 정인 것이다... 2011. 4. 4.
艸 – 어린 시절 초목이 가르쳐준 것 艸 (Cao/초) Grass, Herbe, Gras, Erba, Césped, 풀 이것은 풀의 모양을 그린 그림 글자라 해석된다. 풀과 나무. 이 둘을 합쳐, 우리는 초목草木이라고 부른다. 초목은 자연의 일점이요, 자연의 상징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인간은 자연의 어무이가 아니요, 자연이 인간의 어무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요, 인간이 자연에 귀속된 것이다. 자연은 그 신비한 힘으로 인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보듬어주고 있고, 인간은 자연의 무언無言한 운행에서 한 없는 가르침을 얻는다. 인간의 자연 정복 의지와 무관하게, 인간을 보듬어주는 거대한 힘은 분명 자연에 있다.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힘은 자연에 계시되어 있다. 초목에 계시되어 있다. 초목은 인간을 보듬어주는 거대.. 2011. 4. 3.
술 권하는 사회 - 酒 水 + 酉. 酉(유)는 술이 숙성되도록 담아놓은 두루미(병)를 그린 것이라 한다. 이 두루미[酉]에서 익은 것이 물[水]과 같이 액체가 되었다 해서 酒인지, 이 두루미[酉]에서 익은 기장을 물[水]에 탄 것이라 하여 酒인지는 확실치 않다. 세인 중에서 이 酒를 좋아하는 이는 퍽이나 많아서 주론酒論 역시 그에 합당하게 많다. 술은 좋은 것이다, 아니다 나쁜 것이다, 왜 좋은 것이냐, 왜 나쁜 것이냐, 하는 호오론은 이것은 예술이다, 아니다, 이것은 아름답다, 아니다 하는 담론만큼이나 분분하다. 이것에 관한 호론의 주창자든, 오론의 지지자든, 함께 동의할 수 있는 한가지는 이것의 원료가 곡식이나 과실이라는 것, 또 이것은 오래도록 음식의 일종이었고 여전히 음식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 세계의 ‘단꿀맛’을 찾.. 2010.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