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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산문58

행복 나는 작가나 예술가의 저작권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 내가 한 말, 내가 하고자 하는 말도 저작권을 내세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 밥벌이를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과는 관계가 없다. 작가나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1) 작가나 예술가는 자신이 일개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남들(타인과 타생명체들)의 덕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작가나 예술가의 작품행위에도 “남들의 덕택”이라는 근본 문법이 스며들어가 있다는 것을 작가나 예술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발끈할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이 있다. 남들도 이를 인정하.. 2010. 1. 5.
미인 “삼십대까지는 여자와 돈의 유혹에 대한 조심을 처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던 것이 요즘에 와서는 오히려 그것들에 대한 방심이 藥이 되고 있다. 되도록 미인을 경원하지 않으려고 하고, 될 수만 있으면 돈도 벌어보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김수영이 1968년 (그의 나이 47세) 에 쓴 짤막한 산문인 [美人]의 앞머리다. 그런데 신중현이 [美人]이라는 곡을 썼을 적에도, 美人에 대한 이러한 태도 전환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전환을 자기 풍자적인 느낌을 가지고 선언한 것이 [美人]이라는 곡은 아닐까 나는 생각해본다. 이 곡의 가사는 물론 매우 단순하게도 “모두 사랑하는 美人을 나도 사랑한다, 나도 몰래 바라보게 되고, 자꾸만 보고 또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사와 겹쳐지는 멜로디 이후의 멜로디, .. 2010. 1. 5.
외면일기, 내면일기, 생각일기 미셀 투르니에의 책 제목 [외면 일기]는 샤를 보들레르의 [내면 일기]에서 온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란 책 제목으로부터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라는 책 제목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청소년기는 아이와 청년의 중간기인데,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에도 별반 다를 바 없이, 청소년기 때부터 일기다운 일기를 적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시절엔 인터넷이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였겠지만, 나는 노트에다 펜으로 적었는데, 그 이후로 난 그 시절 일기를 모조로 다 태워버렸다. 이걸 태운 시점은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시점인데, 이걸 아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청소년기엔 왜 일기를 쓸 수밖에 없나. 청소년기에 들리기 시작하는 음악은 대개 록앤롤인데, 왜 그러할까. 이 .. 2010. 1. 4.
메를로 뽕띠 저, 류의근 역 [지각의 현상학] 현상학을 여러 철학 분과 중, 혹은 여러 철학적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현상학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현상학은 [지각의 현상학]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그러니까 독일에서 출발한 현상학은 메를로 뽕띠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메를로 뽕띠의 이 저작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로부터 조금 영향을 받았긴 하다. 메를로 뽕띠의 저작은 많지만, 핵심적인 저작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더불어 바로 이 작품 [지각의 현상학]이다. 그런데, 이 책이 다행히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불행인 것은, 역자가 터무니 없이도 또 한심하게도 책을 어렵게 번역해놓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너무 어려운 한국어로 적어놓았다. 이것은 그리고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 2010. 1. 4.
내버려둠 예전에 문학이란 기품이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내가 좋아라 하는 것은, 좋아라 해왔던 것은 기품이지 문학이 아니다. 대개 인간은 기품 있는 존재로서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문학에서는 그러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결정되어 드러나니, 그러한 연고로 내가 문학을 좋아라 했던 것임을, 나는 뒤늦게야 (아마도 서른 즈음에) 알게 되었다. 그 즈음부터는 문학은 하나의 결정체로서만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의 결실이 아니라 예술적 생활과 예술적 존재의 지속이라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문학은 존재를 키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경험이 존재를 키우며, 존재가 커질 때에만 문학은 결실체로 드러난다. 문학을 읽든 쓰든,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이 점을 알아야 하리. 인간의.. 2010. 1. 4.
조선일보와 초등지성 조선일보를 부르는 이름은 많지만, 한나라당보 (한당보) 정도가 그 중 온건하니 적합한 말이 아닐까. 한나라당보의 좌파 담론 수준은 10세 지성, 초등지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 초등지성의 시각에서 보면, 친북, 사회주의, 공산주의, 좌파, 민노당, 진보신당, 노무현 정권의 개혁적 성향의 집단 등은 거의 동일한 범주의 비슷한 말들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뭉뚱그려 좌파라 하면 그렇게 모두를 싸잡아 하나로 부르고자 하는 내심의 욕망을 딱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당보는 사태를 호도하여 좌파가 한국 사회만큼 기세등등한 곳이 없는 것처럼 그리면서 좌파의 사회정치세력화를 차단하는 데 기여한다. 문제는 이러한 초등지성이 이 문제, 이 담론에 관한 한당보 독자의 지성 수준을 초등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한다는 점이다.. 2010.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