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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영 산문

1900년의 종로 가로등과 2023년의 ChatGPT

by 유동나무 2023. 4. 29.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꾀했던 조선이 망한 해는 1910년이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고, 최종적으로는 그렇지만 결정적인 해는 일본이 (조선의 잠재적/형식적/가상적 보호국) 러시아를 쓰러뜨린 해인 1905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19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한 조선 점령은 무척이나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전개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정말이지, 야금야금, 이라는 표현이 동원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1904년이 분기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조현상이 일찍이 있었다. 이미 1890년대 중반부터.

2023년은 어떤 해일까? 1900년 당시 조선인에게 1910년의 최종적 망국이라는 미래가 보였을까? 그때도 선각자들은 그걸 예견했겠으나, 그들은 뭘 했던 걸까? <미스터 선샤인>에도 나오지만, 1900년 당시 한성 종로에는 (한성전기회사가 설치한) 가로등이 들어와서 사람들을 놀래켰다.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화석연료를 연소해 빛을 내는) 가로등에, 화석연료 근대문명에 열광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구가 망해가는데도 ChatGPT에 열광하는 2023년의 한국인이 딱 이 모습 아닐까? 2033년에 어떤 지구에서 살게 될지 예상하지 못하며, 예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가, 1910년의 망국을 못 보던, 자기들이 열광하는 그 화석연료가 무엇인지 실체를 전혀 모르던 1900년의 그 서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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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박용남 선생님의 ChatGPT 관련 글. 한국어로 된 이런 류의(탄소발자국, 에너지발자국 관점에서의) ChatGPT 론은 정말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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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놀이 그만 하세요. 기후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2004년 시작한 페이스북이 백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는 2, 2006년 시작한 트위터는 2, 2010년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2.5개월이 걸린 반면 openAI가 개발한 ChatGPT는 불과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답니다. 이 개방형 인공지능 chatGPT가 출시된 지 불과 2개월 만인 금년 1월에 월간활성사용자(MAU) 수가 약 1억 명에 도달했고, 하루에 약 1,300만 명의 활성사용자(Active Users)가 사용했을 만큼 그 확장 속도가 역사상 가장 빠르다고 하네요. 이것은 출시한 후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약 2.5년이 걸린 MetaInstagram, 9개월이 걸렸다는 2012년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TikTok과도 비교되지 않는 아주 빠른 수준이랍니다.

구글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원들이 발표한 탄소배출과 거대 인공신경망 학습이라는 논문을 보면 아주 놀라운 데이터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구글의 언어 번역프레임워크(GShard-600B)는 학습과정에서 24메가와트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일상대화 딥러닝 모델 Meena232메가와트 에너지를 소비하고 9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답니다. 이에 반해 ChatGPT의 일부 기반이 되는 GPT-3은 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1,287메가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55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이는 한 사람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사이를 550번 왕복하는 것과 같다고 하네요.

페친 여러분들이 chatGPT에 질문을 하나 할 때마다 수많은 연산과 데이터 처리, 정보의 네트워크 이동이 발생하며, 그때마다 엄청난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의 폭증을 가져 옵니다. 별 생각 없이 한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이 결국에는 현재 지구촌 전역에 산재해 있는 데이터센터를 2배 이상 건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데이터센터는 대표적인 에너지다소비 건축물이죠. 데이터센터에서만 사용하는 전력량이 전 세계에서 200TWh 정도 된다고 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이는 세계 전력 사용량의 1%에 해당하는 양이자 일부 국가의 총 전력사용량보다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