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석영 산문

이번 화물 연대 파업을 바라보며

by 유동나무 2022. 12. 2.

 

이번 화물 연대 파업을 보며 드는 생각을 나눠본다.

1. 이번 화물 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1조원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11. 30 연합뉴스) 출하차질규모가 1.6조원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12. 1 서울경제) 거꾸로 보면, 이 사실은 화물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핵심 주체들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진정한 주역은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 뛰는 피와 살을 가진 노동자들이다. 자본주의라 불리는 우리의 현실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 즉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선명히 보여주어서, 나는 화물 연대 노동자 분들이 너무도 고맙다.

 

2. 이번 파업이 오늘부로 9일째 이어지고 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시멘트, 건설, 전자 등 여러 산업 부문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 파업이 정말로 이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기만 한 것일까? 화물운송차량이 없는 고속도로는 얼마나 더 쾌적했을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그 주위에 사는 숱한 동물들에게도 그러했을 것이다! 파업이 이어진 9일간 한국의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따져본다면, 우리는 놀라운 수치를 보게 될 것이다.

 

3. 이번 파업으로 우리는 생산과 유통이 적극적인 인간의 의지에서 저감되는 현실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번의 저감사태는 노사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 노조의 저항이라는 형식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의 저감사태를 상상해볼 수 있다국가가 주도하고, 각 산업 부문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매우 치밀한 방식으로, 생산량과 유통량을 아주 천천히 저감하면서, 그 저감으로 인한 손실을 다른 식으로 상쇄하는 현실 말이다. 이것을 우리는 탈성장이라고 부른다.

 

4. 또 우리는 생각해보게 된다. 국가는 왜 있는 것이고, 한국이라는 이름의 현 국가는 무엇을 위한 국가인가를. ‘국가라고 하는 것도 저 윤석열, 원희룡, 이상민, 윤희근 같이 피와 살을 가진, 직무를 지닌 개인들의 실제적인 행동을 빼놓고는 그저 추상물에 머물 뿐이다. 저 윤석열, 원희룡, 이상민, 윤희근 등은 거리를 지나던 개인들도 보호해주지 못한 주제에 (어찌 저들은 이 시각까지 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며칠 전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거리에 나선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더니, 급기야 노동자들에게 복귀 안하면 구속시킨다는 협박의 칼을 들이밀었다.

어릴 때 우리는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만 한다. 국가 또는 정부는 개인의 복지 확보와 증대를 위해서 개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지, 국가/정부가 먼저 생기고 그 안에 개인이 규합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국가/정부가 그 복지를 확보하고 증대해야 하는 개인은 사업주/경영자이기도 하지만 노동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 자본주의의 정치질서인 자유주의 질서조차 이것을 요구한다. 그러니 현 윤석열 정부의 횡포는 반헌법적일 뿐만 아니라 반자유주의적이다. 한마디로 극우파의 행동이다.

한국의 정부는 왜 있고,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