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피드님
수학을 배우는 것이 이런 말장난을 분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는 것은 누적된 이산화탄소양을 기준으로 보면 '증가율'이고 미분인 셈인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라고 하면 이 값을 줄이는 거겠죠. 이 감축을 적극적으로 하더라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를 억제할 정도도 될까말까 합니다. 지금 같이 한다면 증가를 늦출 수 있는 정도겠지요.
미래에 배출할 양을 기준으로 '감축'이라고 하니 이 무슨 기만입니까.
과거에 배출하고 있던 양을 기준으로 해야 비로소 '감축'이라는 말이 의미가 있고, 적어도 작년이나 재작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해야 정상이지요. 정부가 이런 말장난을 해서야 어디...
"인플레이션율이 감소했습니다"라는 말로 지지를 얻었던 미국 대통령을 2차 미분을 정치에 도입한 최초의 정치가라고 하더군요. (웃음) 지금 녹색성장위는 저렇게 보이려고 애쓰는 모양인데 국제 사회에서 눈감아주겠습니까 어디..
소서재인
어딜 좀 다녀오느라 덧글을 늦게 봤습니다. 잘 지내죠?
그러니까, 지적하신 것의 연장선상에서 말해본다면, 과학과 이성이라는 것, 혹은 과학을 과학으로 만드는 근본 심급으로서의 이성이라는 것이 절대 부정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혼돈의 시기일수록 냉철한 이성이 요청됩니다.
그런데
1) 정부의 말장난 = > so what? I don't care! It is in fact OK! For me, economy is much more important!
2) 정부의 말장난 => 국민사기극, 자기경멸 에 대한 분노!!
이 둘 중에 실피드님 사시는 동네의 이웃분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계실까요?
아마도 1)에 가깝지 않을까요?
지난 미국 산 소고기수입 소동에서 거의 전국민들은 <가능한 불행>에 대한 예측에 근거해서, 2)의 태도를 취했습니다만,
이 <가능한 불행>에 대한 예측, 혹은 그에 대한 논의가 부실한 지 어쩐지, 소고기 섭취보다 훨씬 더 심중한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2)가 나오지 않는 듯하네요.
저는 해외에 있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니, 정황이 다르다면, 일러주시길. . .
오히려, <설마>의 비이성적 소망, 책임회피 욕망의 힘이 사람들의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비이성적 소망과 욕망이라는 것은, <잘 사는 삶>에 대한 물질주의적 기준, 그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욕망과 분리불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실피드님
저는 거시적인 시각보다는 세세한 사항에 더 집중하게 되는 편이라 ㅅㅇ님과는 좀 시각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 국민이라 하면 좀 다루기가 난감한지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과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나눠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뭉뚱그리자면,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풀어볼 수 있겠네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매우 단순한 원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ㅅㅇ님이 계신 호주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나 영향이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산지 표기를 한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먹거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랄까요. 온난화 때문인지 변화한 해류 덕에 어업은 상황이 더 좋아졌다고 하고, 전에 재배할 수 없었던 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는 등, 우리나라는 오히려 지금 덕을 보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런지요. 가까운 일본은 규모가 커지고 더 자주 발생하는 태풍 덕에 긴장감을 맛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지요.
적극적으로 뭔가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민간이 아니라 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만 (그로 인해 정부의 계획이라는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도 매우 유감입니다) 한국 사람들 대다수가 온난화에 대해서 다른 나라만큼 관심이 없는 것은 피해 (잠재적이든 직접적이든) 당사자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세상이라는 큰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다면 모를까, 적도 근처의 여러 섬나라들까지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등을 돌리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도덕적인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춰져 비난과 실질적인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런 정치, 외교, 경제적인 실리일지, 지구, 자연, 인간과 같은 대의일지.. 저로선 쉽게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군요. 우울한 결론이지만 저는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접하고 있는 문제에만 반응하고 나머지는 '여유'가 생겨야 돌아본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은 (지구 전체를 위해)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 애를 쓰는데 많은 개발 도상국, 아프리카에서 온난화 방지대책과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이 그들이 연구해서 내놓은 대책에 동참해주는 댓가로 약속한 것들(기술, 의료, 자금 지원)은 아직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고, 이러한 목표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사이의 괴리 또한 해결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약속한 것을 충분히 제공하고 그들에게도 지구 환경 살리기의 대의를 이해시키는 것이 당연한 해결책이겠죠. 어쨌든 선진국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난을 들어 약속 이행을 미루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그럴만한 여유를 가진 나라이고,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한국에 사는 사람 개개인을 보자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여유'가 있는 사람들 중 일부라도 관심을 갖고 동참/지원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이번 달 집세가 걱정이고, 오르는 생활 요금 걱정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건 꽤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래도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는 일을 하는 것 말입니다. ㅅㅇ님의 건투를 바랍니다. 저는 여기에서 제가 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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