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성장 탈근대 전환

오후 6시경, 한살림 매장 텅 빈 채소 칸은 기후 전쟁의 폐허이며, 모든 전쟁의 폐허를 연상케 한다

by 유동나무 2021. 2. 16.

 

우리 시대, 한국의 화두는 단연 전쟁이다. ‘우리 시대라는 말이 애매하나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가속화의 시대라 불리는 시대로 보면 될 것이다. 1945~1950년의 역사적 시공이 있지만,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시대 과제는 전쟁의 폐허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것, 즉 탈전쟁이었다.

그러고자 붙잡은 것이 미국이고 자본주의라는 것인데 (그것이 국가주도형이든 신자유주의든) 전쟁으로부터 한국을 구원해줄 구원자인 자본주의가 또 다른 버전의 전쟁이었음을 한국은 2020년이 되어서야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겨우 깨닫고 있다.

누가 전쟁을 원하겠는가? 그러나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사람답게,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그 마음으로 어떻게 그간 인간 외 존재들을, 낙동강과 내성천을, 화천의 산천어를, 경주와 홍성의 소들을, 저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을 (팜유를 즐겼던 시간을 생각해보라), 무엇보다도 석유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아스팔트)로 도로를 깔고 석유를 펑펑 써가며 이 산천을 함부로 대해왔는지, 탈전쟁을 그토록 염원한 우리의 행동이 그들에게는 일종의 "공습"은 아니었는지, 잠시만이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20. 9, 유동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