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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영 산문

물에게 준 소리 (15) 어린이 합창단

by 유동나무 2011. 7. 7.



하늘색 옷을 차려 입은

초등학교 3학년 또는 4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수십 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합창을 하신다.

맞은 편에는

검정 옷을 차려 입은 또래 아이들, 그리고 서서 지휘하는 여선생님.

둘레에는 구경꾼들.

 


구경꾼은 아무 곳에나 모이지 않는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들은 울타리를 쳤다.

어느 만큼 아름다운가?

속세간의 번뇌를 일거에 녹일 만한 아름다움이다.

임성합도 소요절뇌가 아니라

임성합도 합창절뇌다.

눈감은 비로자나불 옆에 모인

보살들의 설법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나는

이 학생들보다도

앉아서 구경 중인 학생들보다도

구경 중인 아이들 뒤쪽 빈 공간을 한 마리 벌레처럼 기어가던

말 못하고 걷지 못하는 아이가 더 좋았다.

 


합창하는 아이들도 참으로 아름답지만

그들은 말을 할 줄 알므로

(말은 분간하는 법, 분별지를 기초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므로)

덜 아름답다.

 


말 못하는 아이

기는 아이

배우지 못한 아이

그래도 자기보다 큰 아이들을 

따라 하는 아이

언니를 따라 박수치는 아이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어디인지 관심이 없는 아이

장소를 분별하려 하지 않고

분별하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하지 않는 아이

 


우리가 기억 못하는

우리의 어린 시절

그 최고의 자리에

가 있는 아이

 

2011.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