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큰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개었다. 날이 폿폿 개어 바람은 한결 청청해졌고 이러한 푸름 속에서 날도 한층 보드라워졌다. 오늘밤의 달은, 황정견이 말한 바로 그 제월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밤새 고생했을 까마귀 새끼가 푸더덕 몸을 비틀고 일어나 제 부리로 제 날개며 몸통을 살펴보고, 이리꿈쩍 저리꿈쩍 해본다. 며칠 사이에 제법 용모가 준수해졌다. 그러나 이 녀석은 알에서 깨어나 단 한 번도 그 깨난 자리를 나서본 적이 없는 놈이다. 날개가 돋아났어도, 그 쓰임과 그 쓰임이 주는 자유에 무지한 놈인 것이다. 저 녀석은 언제 제 태난 곳을 박차고 세계에 팔랑팔랑 나아가볼까.
그의 비상은 아지 못했던 세계를 향해 제 존재를 투기한다는 점에서 자유로의 도약이며, 또 더는 부모로부터 부양받지 못하고 가혹한 쟁투의 세계에 내몰리게 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부자유로의 도약이리라. 사회적 언어의 습득, 세계로의 편입은 상실이며, 축출이며, 분열이며 - 라깡이 말한 바 그대로, 말러가 음악으로 그린 바 그대로 - 이러한 것들의 뒷면을 일컬어 우리는 자유라 부른다.
2007. 11. 11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