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처럼 무거움과 가벼움도 대립하는 것으로만 볼 수 없는 두 성질이다. 가령 차를 마실 때 우리는 가벼움을 느끼는가 아니면 무거움을 느끼는가. 그 때, 차와 우리가 합일할 때, 차와 우리 존재가 하나 될 때, 고요로이 휘돌더니 잠잠해져서는 저의 깊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거기 休居하는 액체처럼 그렇게 내 맘은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 마침내 나의 여러 층위, 나의 여러 시간이 단일화되고 마는 그 때, 마음과 머리는 가벼워지지만, 엉덩이와 말은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말과 엉덩이는 가벼워진 마음과 머리, 가벼워진 존재의 다른 이름이다. 차 한 잔의 깊이 속에서, 한쪽의 무거움이 한쪽의 가벼움을, 또 한쪽의 가벼움은 다른 한쪽의 무거움을 지탱시켜주고 존립시켜준다.
때 벗어 싱싱한 알몸 침묵의 알몸으로 살자.
2008.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