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오갔던 대화입니다.
한 십분간인가요, 둘 사이엔 침묵이 흘렀습니다.
침묵 속에서 들렸던 건
가위소리
그리고, 빗을 떨어뜨린 그녀의
"앗, 죄송합니다" 소리.
머리를 감은 후, 젖은 머리를 말리는데, 불쑥 저의 입에서 문방구 앞 오락기계 두더지머리 처럼 튀어나온 말 !!
"직원들이 다 바뀌었나봐요."
". . .직원들 그대론데요."
"그래요? 지난 번에 잘라주셨던 분도 안 보이셔서. . .다른 분들도 모르겠고"
". . .제가 계속 잘라드렸던 걸로 아는데. . . 지난 번은 아니고. . . 좀 오래 됐긴 했는데 계속 제가 잘라 드렸어요."
"그래요? 왜 전 처음 뵙는 것 같죠? 하하"
". . . 계속 제가 잘라드렸는데. . . -.. -;; "
". . ."
". . ."
"그새 제 머리가 나빠졌나봐요. 전 처음 본 것 같거든요. 하하 (더욱 큰 소리로)"
"아닌데, 예전에 이런 말씀도 하셨잖아요. 여자 친구가 파마하지 말라고 해서 안하신다고."
"말도 안돼! 그건 다른 사람일 걸요."
"(계속 우기네) . . . 그렇게 말씀하셨다니까요"
"왜 그게 말이 안돼는지 아세요?"
". . ."
"전 여자 친구 없거든요."
". . ."
"결혼한 지가 벌써 * 년이 넘었는데. . ."
". . . . . . .
여자친구가 아니라 와이프, 였겠죠"
"그래요? 하하 그랬나보네요."
도대체, 이 분이 기억하고 있는 그 사내가 누구인지 적이 궁금해지던걸요.
나와 비슷하게 생긴, 같은 미용실을 이용하는 남자? ㅎㅎ
숭산 스님 법문에 이런 말이 있지요.
"대개 우리는 사물을 제대로 체험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늘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경험의 그림자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측의 그림자가 우리가 사물을 제대로 체험할 수 없도록 그늘을 드리우니까요."
이건 스님 법문 중에서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고, 들은 바를 제 식대로 푼 것이랍니다.
애니웨이!!
딴 데 가 있지 말고, 몸이 있는 곳에 가 있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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