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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 선생과 연변

by 유동나무 2009. 8. 6.


최근 이 몸의 관심경로-혈관 중 하나를 공개하자면, 이렇다. 

지난 일요일 오전, 남들 다 자거나 혹은 교회에서 기도드릴 때, 동네 영화관 오르페움에서 (아마도 2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무슨 영화를? 

Red Cliff !! (이것을 한국어론 적벽이라 하고, 중국어론 치바이, 광둥어론 칙빅이라 하나? 아무튼!!)

고국 땅에서는 2008년과 2009년 초에 걸쳐 1편과 2편이 개봉되었다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 두 편이 합쳐져서 비-아시아 인을 위한 Red Cliff 가 근자에 나온 것이다. 

1편과 2편을 따로 본 이들은 이 합본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1편과 2편을 따로 또 보고 잡다. 

하여간, 이 영화를 본 이후, 감흥이 있어, 장정일 삼국지 이후의 괜찮은 삼국지가 나온 게 있는지 알아보았던 것이었다! 

검색 중 례전에 금토라는 곳에서, 리동혁 선생이 이문열 엉터리 삼국지를 비판한 책이 나왔다는 것이 갑작스레 기억이 났고, 리동혁 선생을 찾아본 결과, 그 이후에, 자신의 삼국지를 냈다는 것도 알아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삼국지 마니아다. - 언제 한국어 삼국지 번역본에 대한 평설문을 써볼까 한다.)

그러나 생각은 삼국지에서 멈추지 않았고, 어디론가 뻗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령, 이 블로그의 독자 중에는 북조선 사람, 혹은 옌볜 동포들, 혹은 카자흐스탄 동포들, 혹은 재일교포들은 없는가? 재미교포는 한 분 계실 듯도 한데, 이런 분들이 이런 곳을 우연히라도 오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거꾸로, 나는 한국어 동포들의 인터넷 놀이터-행성들로 왜 여행을 떠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꼼톨꼼톨 올라왔던 거디었다. . .

그러나 조심하자. 잘못하다간 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엮일지 몰라! 지금이 어떤 시댄데! 

하여간, 나는 김학철 선생 때문에, 례전부터 옌볜 동포들, 옌볜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혹은 어쩌면, 옌볜에 살러 갈 수도 있다! ㅎㅎ 
 
그리하여, 오늘 아래 사이트를 이 블로그에 엮어놓았다.  

http://www.ybwriter.com/

오르페움 방문이 연변까지 뻗어간 사연이다.

독자들을 잃을 각오를 하고, 마치 남한 시민권을 지니지 않은 사람처럼 말해본다면, 그러니까 나의 진정을 토설해본다면, (오, 제발 진심만은 토설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사실은 9년 9개월 동안 간 검처럼, 9년 9개월 동안 웅크려온 뱀처럼 <영악함>이 번득이는 (노자 식으로 말해 배를 위하기 보다는 눈을 위하는 경향이 짙은) 대부분의 도시내기 남한 사람들이 싫다. 하지만, 그들을 한 사람으로서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 개개인으로부터 방출되어 나오는 남한 (한국을 남한이라, 남조선이라 부르면 아니되는가!!)의 (경쟁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며, 안팎 구별이 뚜렷한, 보편성 병이 깊은, 서구추수주의의 암세포가 심각하게 퍼진) 문화의 색감, 냄새, 소리가 싫은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 사람의 향기는 곧 코펜하겐의 향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어제 TV에서 코펜하겐 도시를 보았고, 녜전에 난 치트완 국립 공원에서 코펜하겐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 그리고 그 둘의 향기는 상당히 유사했다! )

그리고 그들의 영악함도 본디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문화의 희생양일 뿐이다.  .  .  .

(따라서, 사회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는 너무나 사랑하니, 이 모순을 어찌 하랴.

그리하여 사투리 쓰는 사람이 나는 좋다. 연변 사람, 하얼빈 사람, 카자흐스탄 사람, 우즈베키스탄 사람, 함경도 사람, 전라도 사람, 강원도 사람, 제주도 사람 . . . .그 모든 사투리들의 언덕과 언덕바람, 그 피리소리들, 장고 소리들, 웅성거림들, 장바닥에서의 흥정들, (노자 식으로 말해 통나무 냄새가 나는) 흥성거림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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