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 관계의 존재인 한 일의 경중을 떠나 일이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일처리의 방법이랄지, 접근태도랄지 하는 것이 그의 인생, 얼굴, 몸, 하루의 섭양에 결정적인 것이다. 어떡하면 한안하고 방달하게 일에 통할까. 어떡하면 평담하고 현달하게 일을 이룰까. 어떡하면 넉넉하면서 한아한 얼굴을 빚어낼까. 그리하여 어떡하면 마음에 일이 없이 일을 척척 처리해나갈까. 쉼이 베어든 일을 이룰까.
결국 이것은 근본 기량과 관계있는지 모른다.
근본 기량 공부는 그런데 순간의 공부가 아니고, 며칠의 공부가 아니다. 삶의 허무성에 대한 철두철미한 직관적 이해만으로도 부족하고, 어떤 탐착심도 끊어버린 허정한 마음 상태를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이것은, 김우창 선생의 표현을 살짝 빌리자면, 지속을 통한 내면화로 끝없이 단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사나흘 비를 흠뻑 맞고, 또 다른 사나흘 햇볕을 흠뻑 들이킨 수목이 커나가듯, 그렇게 알맞은 조건에서 지속적인 내면화, 정신의 광합성으로 커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은 다른 사람이 쓴 일기다.
사람은 악기처럼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만일 어떤 사람이 튼튼한 목재로 만들어져 잘 조율된 비올이라면 사건이라는 활이 그의 줄을 울리며 지나갈 때 그의 울림과 반향은 완전한 하모니를 이룰 것이다. 민감한 영혼은 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현을 시험해 보곤 할 것이다. 사람의 몸은 면도날처럼 잘 벼려 있어야 한다. 인간의 몸이 크레모나제 바이올린의 나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1853년 9월 12일 H. D.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그리고 1853년은 그가 36세가 되던 해이다.
200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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