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길 위에서> (분도, 2020)
행복하려고 태어난 걸까? 고생하려고 태어난 걸까? 삶이란 무엇일까? 독일인 신부 안셀름 그륀은 삶이 수행이자 순례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거처는 하늘이니, 지상의 삶이란 집 없는 자, 고향 없는 자, 고국 없는 자, 이방인의 방랑(wandering)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현세의 삶은, 이 현세에만 허여된 특별한 여행에 불과하다. 이렇게 확고하게 믿고 사는 사람이기에, 그륀의 걷기는 범상한 사람의 걷기가 아니다. 아니, 이런 기이한 믿음의 신봉자이기에, 이 사람에게 걷기는 묘한 아우라가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자기가 지금 ‘방랑의 운명’에 처했다는 것, 자신의 유일한 고향은 하늘이라는 것, 그 진리를 되새기고 다시 깨닫기에 걷기만 한 방편도 없다는 것. 그것이 안셀름 그륀의 생각이다. 걸으면, 이러한..
2021.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