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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 탈근대 전환

이태원 참사와 기후 참사

by 유동나무 2022. 11. 3.

이번 이태원 참사는 <할로윈> 참사, <압사> 참사라기보다는 <무정부> 참사라고 명명돼야 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당시 상황이 일종의 무정부 상태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욕망(이번 경우엔 이동하고자 하는 욕망)이 한꺼번에 분출 · 쇄도해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을 보였지만, 이걸 조정해줄 조정자(정부)는 없는 야만적 상태.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공적 이익과 질서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공공적 주체라는 것이 (특정 상황에서) 개인 각자의 안녕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너무도 큰 희생을 치르며 확인한 셈이다.

애초부터 조정자(정부)가 없었기에 일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던 비극. 이런 점에서, 이번 참사는 조정자의 뒤늦은, 미비한 대응이 더 큰 문제였던 세월호 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수도 있을 어떤 비극을 미리 보여주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제 동맥이 막히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동맥경화 유발물질을 게걸스레 섭취하고 있는데도, 그 사태에 개입해 동맥경화를 사전에 예방할 조정자가 없는 <현행 자본주의의 신체>, 저 이태원 골목의 현장은 어쩌면 닮은 꼴이 아닐까?

여기서 <현행 자본주의의 신체>는 자본주의 체제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여러 행위자의 단순결합체를 지칭한다. 그러니까, 6차 대멸종을 유발할 정도의 지구시스템의 엄청난 요동을 예견하면서도 (대개는 살아온 방식으로 생존하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효과적 행동에 나서길 머뭇거리기만 하는 여러 행위자가 결합한 이 결합체는, 일종의 <무정부 신체>, 좀 더 정확하게는 <무뇌 신체>와도 유사하다. 이성을 관장하는 뇌세포보다 욕망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압도적인 위력을 행사하는 신체. 통제주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질병적 양상으로 폭발해서는 붕괴하게 될 신체. 굳이 이 질병에 이름을 붙인다면 <탄소경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고픈 말의 요지는 간단하다. 기업인이든, 소비자든 이 신체를 구성하는 각 행위자의 분출 · 쇄도하는, 탄소경화로 귀결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욕망의 거대 불길을 통제해줄, 그러니까 <탄소 폴리스라인>을 쳐줄 정부가 꼭 나와야만 우리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라!”, 위험에 처한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 자신의 입을 열어 외쳐야만 한다. 붕괴가 시작되기 이전에.

현 정부도 탄소중립을 실천해가고 있지 않냐고? 필자가 말하는 탄소 폴리스라인은 탄소 오염 기업과 소비자의 오염 행동의 제약이라는 효과로 이어지는, 즉 실제로 행동을 제약하는 위력이 있는 실제의 폴리스라인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만한 것. 이번 사건이 <티핑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란 단순히 정점이 아니라 한번 지나가면 결코 사태를 되돌릴 수 없는 위험한 한계선을 뜻한다. tipping pointtip은 맨 끝을 뜻하지 않던가. 그곳을 넘어서면 끝장이 나는 바로 그 지점.

이번 사건의 경우, 그 포인트가 1평방미터 당 6명 밀집인지, 10명 밀집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되, 분명한 건 그 포인트를 넘어섰기에 <군중 난기류><군중 눈사태>니 하는, 그것 자체가 일정한 괴력을 발휘하는 군집체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신적 혼란, 공포, 생존본능의 밀침, 집단 쓰러짐, 호흡 곤란(숨 막힘) 등이 바로 그 효과일 것이다.

,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는 상황이 있다.

화를 치솟게 하는 것은, (1)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과밀이 충분히 예상되었다는 것 (2) 위험을 느낀 당자들이 112 신고를 10번이 넘게 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제 시간에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와 유사한 사태는 다른 현장에서도 발견된다. (1)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과다 탄소 배출이 충분히, 너무나도 충분히, 그것도 너무나도 오랫동안 예상되고 있고 (2) 위험을 느낀 당자들이 뛰쳐나와 각국 정부를 향해 과감한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건만, 제 시간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지극히 적어 보이는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