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1 이국 취향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만년 일기 모음집인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 1992)에는 글쓴이가 외국인을 싫어한다고 밝히는 일기가 등장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기술하자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의 목록에 김현은 “외국인 싫어하기”를 스스럼없이 집어넣고 있다. 30년 차이가 이렇게나 큰 것인가? 외국인 좋아하기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나로서는 김현의 반-윤스테이적이고, 반-비긴 어게인적이며, 반 글로벌적인 저 외국인 혐오 감각이 이물스럽기만 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픈 것이냐 하면, 전후(戰後) 국가의 한 ‘쪽’에서 태어나 병영 구조를 닮은 국민(초등)학교에서 호전성을 내면화하도록 교육받았던, 그러면서도 1990년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특수한 목적에서만 해외여행 비자가 발급되었던 국가 안.. 2021.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