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종1 에리히 프롬, <불복종에 관하여> (마농지, 2020) 라는 책의 내용을 잘 모르지만, 책의 제목만큼은 상당히 불량하다. 제목에 나오는 "삶의 무기"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의 무기가 아니라 세상에 처한 개인의 삶의 무기를 뜻하는 것임이 분명하고, 어떤 무언가의 도구가 될 수 없는, 도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유일한 학문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런 철학마저도 유용성이라는 원칙(지배자)의 휘하에 거느리려고 하는 불순한 뜻이 이 책의 제목에 비친다. 이 책의 소개문에 나와 있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철학/사상이라는 문구는 이런 의심을 정당한 것이라 말해준다. 반면, 20세기 (그리고 지금) 인류의 정신적 스승, 에리히 프롬의 는 철학이 어떻게 "자유롭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안내자가(거칠게 말하면,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철학은 이.. 2021. 2.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