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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의 기후위기 대책 섭씨 40도에 노출될 때 사람과 사람의 하루는 어떻게 되는가? 2006년인가, 2007인가, 시드니에서 38-9도까지 치솟아 하루 종일 쇼핑센터에 대피해 있다가 밤 10시에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토록 뜨거운 밤 10시는 좀처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밤과 새벽, 오전과 오후 전체가 열기에 녹아내리던 기억. 열기라는 큰 방 속에 들어가면, 나올 방도란 없다. 너무나 거대한 방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예측된 대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변이바이러스를 낳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기후 사태와 중첩되어 나타날 것이다. 두 흐름이 교차하는 교차지대-지옥이 지구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라는 예측들. 그리고 그 교차지대가 이 나라 어느 지역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문재인 정부, 원해서가 아.. 2021. 7. 12.
나희덕, <예술의 주름들>(마음산책, 2021) 나희덕 선생님의 《예술의 주름들》(마음산책)을 펼쳤다. 1부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찢긴 대지를 꿰매다. 내가 편집자였으면 이 1부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하지 않았을까? 살펴보니, 1부의 제목은 레베카 솔닛의 걷기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걷는 사람은 길이라는 실로 찢긴 대지를 꿰매는 바늘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대지를 찢었을까? 그건 석유라고 해야만 한다. 석유가, 석유의 변형체인 아스팔트가 대지를 찢었다. 걷기는 석유문명으로 치달았던 삶을 참회하고, 잃어버렸던 것을 회복하려는 기도의 몸짓이자 실행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다. 1부는 생태적 인식과 실천을 담았다는데, 3부가 눈을 끌어당긴다. 자코메티와 마크 로스코 그리고 글렌 굴드를 다룬 글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손은 자코메티를 .. 2021. 7. 12.
내가 생각하는 환경운동 환경운동을 먹고 살 만한 자의 운동, 또는 한가한 자의 운동이라고 생각할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기후니, 탄소니, 산림청의 30억 그루니, 채식이니 동물권이니, 당장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사람이라면, 눈 돌리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나는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 외 자연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니, 사람 아닌 것“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여유 있는 자의 운동이 환경운동이라는 생각도 그리 기상천외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부 현실의 오해,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에게 환경운동이란, 나 스스로 인간다움을 움켜쥐어 ‘짐승’(불교의 맥락에서의 짐승이지 권리의 주체로서의 동물이 아니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 2021. 6. 3.
서경식,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반비, 2019) 1. 집으로 가는 KTX 기차 안. 내려갈 때 읽었던 책을 또 펼쳤다. 이 책 은 묘한 책이다. 오른쪽 면에만 글이 있기 때문이다. 왼쪽 면에는 전부 이미지로 채웠다. 미술 작품이 많아 컬러 인쇄를 했고, 종이도 빳빳한 느낌의 100g 종이. 뒷면 이미지가 비치지 않게 잘 골랐다. 이런 종이엔 H나 F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 안 된다. HB가 적당하다. HB가 쓸모 있는 이런 종이, 그다지 즐기지는 않지만 컬러 사진 이미지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2 . 의 문체와 같은, 심부를 파고 드는 진한 감동은 문장에서 찾기 어렵지만, 배우고 새기는 재미가 풍족한 책이랄까. 그러니까 informing 한 면모가 moving 하는 면모보다 강하다. 장소(장소 방문, 여행)를 매개로 장소에 얽.. 2021. 5. 30.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2018) 고래다, 로 기억하면 좋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명작 (2018)을 어제 보았다. 오늘, 집 안에 있으면 딱 좋을 크기의 연못, 동네 연못 주변을 산책하는데 어제 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쇼타의 아빠(가짜 아빠인가?)가 쇼타를 버스에 태워 보낸 후 “쇼타!”라는 소리를(이것은 언어가 아니라 소리이다) 애절히 외치며 버스를 쫓아가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이 연못에서 그 장면이 하필 떠오른 것은, 이곳이 내가 (아들) 마틴과 추억을 쌓은 곳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저 쇼타의 (가짜) 아빠랑 다른 것이 뭔가, 라고 자조 섞인 질문을 내게 던져 보는 것이다. 도둑질 말고는 아들에게 가르칠 게 없는 아빠, 아들을 학교에 못 보내는 아빠, 하지만 놀아주기는 엄청 잘.. 2021. 5. 14.
Abdullah Ibrahim Trio, Water From An Ancient Well 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특히 잘 보여주지만 심부를 찌르는 "절절한" 노래가 한반도에서는 아직까지는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런 노래가 "지구의 노래"와 얼마나 조화로운지는 또 의문이다. 40대의 끝자락에 선 나는 이즈음 20대 중반의 나처럼 재즈를 즐겨 듣는다. 아니, 재즈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압둘라 이브라힘 트리오는 처음 듣지만, 풀 자라는 소리, 샘물 흐르는 소리, 계곡 흐르는 소리, 빗방울 소리를 닮은 노래가 한없이 정겹다. www.youtube.com/watch?v=qaQHKPuVP5Q&list=OLAK5uy_mxXgf2460gDTgri3zu2r-sWtjvBN8uCME&index=7 2021.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