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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영 산문

물에게 준 소리 (17) 기후변화—현실과 입방아의 간격

by 유동나무 2011. 6. 26.


기후변화로

아까시[아카시아] 나무들의 씨가 마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에 없던 (기후변화성) 전염병이 돌아

꿀벌의 씨가 마르고

그리하여 충매화 과 과일들의 씨가 마르고

그리하여 과일 값은

1인당 탄소배출량처럼 치솟고

그리하여 기후변화를 현실의 삶에서 느끼는 이들은

과일에 손이 갔다가 도로 놓고 마는 밑바닥 사람들

양봉농가들, 과수 농가들,

그리고 아까시, 꿀벌, 충매화 과수들, 충매화 식물들. . . .

그리고 이들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더는 예전처럼

속 편히 찬미할 수 없게 된 시적 예찬가들. . . .

사계의 찬미자들. . . .

 

이렇게 기후변화의 일차적 피해자는 모두가, 전부가 아니다.

아까시가 있든 없든 상관 없고

토종꿀이 없으면 수입꿀 먹으면 그만이고

과일값이 오르건 말건

인생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이들

도무지 그러한 것들과

자신에게 소중한 것 (=제 가족)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먼 이들  

더우면 더운 대로 실컷 에어컨 키면 되고

추우면 추운 대로 무한정이라도 되는 양 석유 때면 되고

제 왕국에 틀어박혀

생명 따로, 나 따로의 몽매에 갇혀 있는 이들. .  

그러면서도 우리 가족 건강을 위해 유기농만 찾아 먹고

소나무 분재도 조선 최고의 것으로만 들여다 놓고

제 굴속에 틀어박혀 사는 귀신들. . .

이런 이들에게 기후변화란 그저 입방아의 대상일 뿐.

하나의 토픽일 뿐.

 

2011. 6. 26